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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해마다 국내에는 4만 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합니다. 그중에는 개인에 대한 원한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에, 혹은 돈을 노려 불을 지른 다양한 방화 사건이 섞여 있습니다. 대부분이 불타버린 현장, 남은 몇 조각 단서를 찾아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은 고난도의 퍼즐 게임과도 같습니다. 방화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죠. 진실 규명에 실패할 경우 그 결과는 때때로 치명적입니다.

관련 국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방화 의심 사건 조사의 이면을 파헤쳤습니다.

부실 방화 수사

2005년 강호순 방화 사건과 2017년 광주 3남매 사망 방화 사건
10여 년의 시차가 있지만 두 사건의 처리 결과를 보면 놀랄 만한 유사점이 발견됩니다.

2005년
2017년
인화성 물질 존재 가능성
현장의 방화 정황
인화성 물질 사용 가능성
인화성 물질 사용 정황 무시
수사 결과
인화성 물질 사용 정황 무시
미흡
기관 공조
미흡
섣부른 결론
진술 조사
아이 엄마 말 과신
검찰 수사서 뒤집혀
섣부른 결론
검찰 수사서 뒤집혀
원인 규명에 한계
국과수 감정
원인 규명에 한계

눈앞에서 희대의 범죄자를 놓쳐버린 강호순 방화 사건. 그 후에도 국내 화재 조사 체계의 허점은 그대로였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 실상을 더 파헤쳐보겠습니다.

방화 비율

지역별 • 연도별 방화 통계

통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지도와 차트로 탐색해 보겠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방화의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지역적 편차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곳은 어떻습니까?

화재 요인 [단위: %]

    방화비율이 크게 달라졌어요
    소방서 순위 차트

    이번에는 각 소방서 관할 구역을 들여다보겠습니다. 2007년, 2008년 2년과 2016년, 2017년 2년을 묶어서 양 기간 사이의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방화 비율이 많이 떨어진 순서로 소방서 관할 구역 50곳을 정리했습니다.

    • 2007년 2008년 방화비율

    • 2016년 2017년 방화비율

    2007년2008년에는 19.6%에 달하던 인천 계양소방서의 방화비율은 2016년2017년에는 1.09%대로 급감했습니다. 1%대는 해당 소방서 구역에서 방화로 잡히는 화재가 거의 없다는 얘기입니다. 계양소방서는 2007년에269건 화재 중 60건이 ‘방화와 방화의심 화재’(이하 ‘방화’로 통칭) 에 해당했지만 2016건에는 방화 판정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2017년에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용산소방서도 2007년에는 총 화재 224건47건‘방화’로 판정됐지만, 2016에‘방화’1건, 2017년에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기자는 순위표 20위 안에 들면서 방화 비율이 소수점 자리 한 자리 기준으로 1%대 이하인 소방서 6개 구역을 골라냈습니다. 인천 계양소방서, 서울 용산소방서와 강남소방서, 대전 서부소방서, 울산 동부소방서, 부산 해운대소방서가 해당합니다. 이제부터 이들 6개 소방서 관할구역을 ‘관심 구역’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관심 구역에서 2016년, 2017년 2년 일어난 화재는 모두 2,663건입니다. 이들 소방서 관할 구역에서는 다른 곳에 비해 더 특이한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눈앞에서 희대의 살인범을 놓쳐버린 강호순 방화 사건 후에도 국내 화재 조사 체계의 허점은 보완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공론화는 물론 체계적인 현실 진단도 없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상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방화범 검거율

    90.7 %

    한미간의 현격한 방화범 검거율 차이는 착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화 의혹이 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범인의 행적이 잡히지 않으면 경찰은 당연히 고민하게 됩니다. '더 수사할까, 미제 사건으로 남길까, 아니면 내사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할까.'

    내사 종결한 화재는 방화가 아니라 일반 화재로 분류됩니다. 미제 사건으로 남겨둘 수도 있는 화재 사건을 원인 미상 화재 혹은 전기화재로 규정해 내사 종결한다면, 방화건수는 줄어들고, 검거율은 더 높아지게 됩니다. 검거율 산정 공식에서 분모인 방화 사건 숫자가 줄어드니 검거율은 높아지는 원리입니다. 의도적이건 오랜 관행이건, 이렇게 되면 현상을 오도하는 통계가 만들어집니다.

    방화범 검거율 =

    방화범 검거 건수

    방화 사건 발생 건수

    x 100

    전기화재

    지역별 • 연도별 전기화재 통계

    전기 화재의 발생 실태를 전국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소방 화재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주택 화재 중의 전기 화재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19.9%입니다. 미국의 6.5%에 비해 3배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여러분이 사는 지역은 어떻습니까?

    2017년 전기화재 비율

    2017년 기준으로 전기 화재 비율이 전체 화재의 40% 선을 넘은 시군구는 5곳이나 됩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가 44.7%로 전기 화재 비율이 가장 높고 5위안에 든 나머지 4곳도 모두 수도권입니다. 일부 전기 배선이 낡고, 가전제품의 사용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40%를 넘는 전기 화재 비율은 주목할 만한 수치입니다.